애견펜션에 가다, 콩알펜션 두 번째 날
콩알펜션의 이틀째 날이 밝았으나 우려했던대로 비가 오고 있었다.
하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숲과 하늘, 그리고 파란 잔디밭을 보니 눈이 시원했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멍이 밥도 챙겨주고 나서 수영장쪽으로 나왔다.
수영장 바깥의 데크도 물에 젖어 있었다.
탕비실에서 원두커피를 내려서 한모금 들이키니 날씨와 꽤나 어울리는 분위기가 아닌가 싶다.
이른 아침부터 수영장으로 출격 준비를 하고 있던 우리 멍이는 날씨가 뭔 대수냐? 라는 표정으로 밖을 돌아 다니고 있다.
오늘도 다른 투숙객들이 일찍 나오지 않아서 인지 거의 개인 펜션의 느낌 ...
일단 잔디밭에 있던 공 하나를 물고서 내 앞에 대령했다.
이 동그란 물체의 정체는?
점점 드러나는 정체 ...
"주인님, 프링글스 나도 하나 주면 안돼?"
"소금 많이 들어가서 안된다."
자 이제부터 말릴 사람도 다른 개들의 방해도 없이 온전히 파랑이 만의 수영장이다.
드디어 입수하시는 멍이.
전날의 신나던 기억은 없어졌는지 잠시 머뭇거리면서 물로 들어가질 않는다. 아마 비가 오는 날씨 탓도 있는 듯 ...
잠시 들어가더니 바로 몸을 돌려서 나온다.
입가 양쪽으로 머금었던 물이 주루룩 ... 절대 침은 아님.
슬슬 몸이 풀리는지 갔다 오는 거리가 늘어난다.
이제 좀 더 멀리까지 간다.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슬쩍 쳐다보는 여유까지 ...
수영장 반대편으로 여유롭게 수영해가는 파랑이 ...
'음 ... 조금 차긴 하지만 오늘도 물은 좋은 걸...'
반대편으로 수영하는 모습이 여유롭기까지 하다.
말 그대로 개헤엄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는데, 앞발의 발가락을 펴서 물을 차는 모습은 언제 봐도 신기하다.
파랑아 ... 수영하는게 그렇게 좋냐?
비가 계속 내리기는 하지만 멍이가 수영하는데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고, 다른 투숙객들도 밖으로 나오지 않으니 우리나 멍이한테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할까...
아무튼 펜션 전세 낸 것 마냥 여유로운 하루이다.
수영장에 들어갔었다가 털 말렸다가 다시 수영장에 갔다가를 반복하면서 우리는 힘들어도 멍이는 행복해 한다.
활짝 웃는 멍이 뒤에 응가 처리를 위한 도구들과 잠시 후 멍이가 관심을 가지게 될 튜브가 보인다.
원래는 파랑이를 이 튜브에 태워보려고 했으나 죽어도 안 탈거라고 반항하는 바람에 그냥 물에 띄워놓고 놀아라 ....라고 해서 띄워 놓았더니 이러구 있다.
자기 장난감이라고 확신하는 순간 물고 놓으려고 하질 않아서 실랑이 하다가 겨우 빼앗아서 탁자 위로 대피를 시켰다.
자신의 장난감을 빼앗기고 한동안 허탈해 하는 멍이의 모습.
한동안 낑낑대더니 다시 수영장하는 개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갔다.
수영 준비자세 1단계. 수영하기로 굳게 마음을 먹는다.
수영 준비자세 2단계. 자기가 가고자 하는 곳을 찜한다.
수영 준비자세 3단계. 앞발을 들면서 출격 준비 자세를 취한다.
뒷발로 박차면서 나간다.
자신의 몸을 물에 맡기고 안정된 폼으로 뒷발질을 하면서 나간다.
업그레이드 코스로 자신이 아끼는 럭비공을 물고 수영하는 모습.
수영장을 종횡무진 왔다갔다 하면서 비오는 건 아랑곳없이 수영을 만끽한다.
이날 모두 4차례 정도는 수영을 한 것 같다.
덕분에 우리 둘은 한차례 수영이 끝날 때마다 욕실에서 씻기고 말리는 노동을 했다.
멍이도 우리도(?) 이렇게 행복한 하루가 저물어 간다.
둘째 날엔 조개구이로 저녁식사를 했다.
몇 번이나 씻기고 말리고를 반복했는지 뽀얀 우리 멍이의 모습.
벌레들어갈까봐 시원한 에어콘이 가동되는 방안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모습.
노느라 고단한 하루를 끝내고 푹신한 이불 위에서 잠이 든 멍이의 모습.
이렇게 두 번째도 날도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