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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사진

2019년 강릉, 영월 여행 - #3/3

8월 23일 금요일





여행 3일째 날, 영월에서 맞이하는 아침이다.

여기 에코빌리지라는 곳은 객실에 TV, 냉장고, 조리시설이 아예 없다(냉장고는 층별로 있는 공용 냉장고를 사용하고 와이파이는 지원한다). 일반적인 시설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한테는 불편함이 있지만 성수기가 지나서 객실도 많이 비어 있는 산속에 있는 호젓한 공간에서의 아침이 나름 색다르면서도 나쁘지 않다.


강릉, 영월 1박씩 하고 가려니 시간이 금방 지나간 것 같다.

어제 밤에 별 보려고 가져온 천체망원경은 구름 때문에 성에 차지는 않아서 좀 아쉽기도 했다. 

음악을 틀어놓고 어제 사온 옥수수, 떡, 빵과 과일로 아침식사를 했다. 창밖을 보니 구름이 있기는 하지만 어제에 비해 날이 더 맑는 것 같다.





밖에 나와서 근처를 산책하기로 했다. 숙소 바로 아래 우측에 보이는 카페테리아 건물이 있는데, 원래 조식을 7~8천원 정도에 제공하는 곳인데 성수기가 지나서 인지 잠시  운영을 안한다고 한다.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가 산책길 옆에 습지라고 안내판이 있어서 가 보니 이렇게 습지가 한군데 있다. 지난 번 제주 여행 때 뱀보고 놀란 와이프는 아예 올 생각을 안해서 나 혼자 잠깐 습지 가까이 걸어가는데 여기 저기에 있던 개구리들이 나를 피해서 연못으로 뛰어든다. 

다시 나와서 가파른 도로를 내려가다 보니 숙소 올라올 때 봤던 곤충박물관이 있는데 휴관일인지 사람은 하나도 없고 조용하다. 나름 큰 시설물을 지어 놨는데 영월 여기까지 보러올지 좀 의구심이 들기는 한다. 아무튼 구경삼아 여기 저기 근처를 돌아 보다가 다시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서 짐을 싸려고 하다가 오늘 집으로 가려니 좀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푹 쉬다가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와이프한테 하루 더 있다가 가자고 와이프한테 얘기하니 의외라는 표정이긴 했지만 동의를 한다.

바로 데스크로 가서 1박이 더 가능한지 물으니 가능하다고 한다. 헌데 우리가 묵은 방이 오늘 예약이 되어 있다고 해서 다른 방으로 정하고 짐을 옮기로 했다.


갑자기 일정을 변경하고 나니 시간이 널널해졌다.





2층에 빨래 널어놓은 곳이 우리가 오늘 묵을 방이다.





이왕 쉬었다 가기로 한거 말 그대로 오늘은 하루 종일 그냥 쉬는 걸로 했다. 

준비물은 휴대폰, 블루투스 스피커, 그리고 가져온 책이다. 파라솔이 있는 썬베드에 둘이 누워서 음악 틀어놓고 책을 보면서 한껏 여유를 누려봤다. 하루 더 묵고 가는 이유가 이거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

거의 1시간 반 정도는 있었는데, 날이 슬슬 더워지기 시작해서 숙소로 올라가서 낮잠을 청했다.


점심 때가 좀 지나서 일어나서 영월 시내에 가서 커피도 한잔하고 점심도 먹기로 했다.

원래 어제 저녁을 먹으려고 했던 수제비집을 다시 갔다(식당 이름이 막내제수씨이다). 결과적으로 여기 오기를 잘했다. 식탁이 별로 많지 않은 소박하고 아담한 식당이긴 하지만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주인 아주머니의 성향을 말해 주는 것 같다. 

들깨냉국수와 수제비를 시켰는데 가격도 6,7천원 정도로 부담이 없다. 사람마다 입맛이 달라서 객관적이진 않겠지만 나나 와이프 모두 숨은 맛집이라고 의견 일치를 봤다. 여름이라 칼국수와 같은 면발이지만 시원하고 고소한 들깨냉국수도 좋고, 국물이과 건더기 모두 맛있는 수제비까지 간만에 밖에서 먹는 음식에 만족하는 하루이다. 특히 부추 손질도 잘 했고, 양념도 잘 해서 부추를 먹고 맛있다는 느낌이 들기는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지방에 오면 또 가볼 곳이 전통시장이다. 찾아보니 서부시장하고 중앙시장이 있는데 가까운 곳에 서부시장이 있어서 그쪽으로 향했다.

좀 떨어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시장에 들어가니 평범하긴 하지만 눈에 띄는 것이 수수부꾸미와 메밀전병, 배추메밀전을 파는 곳이 많았다. 온 김에 수수부꾸미와 배추메일전을 사가지고 나왔다. 이왕 온 김에 중앙시장도 가보자고 해서 그쪽으로 갔는데 이건 뭐 못 찾아서인지 모르겠는데 여긴 1층에 메밀전병 파는 곳만 있고 다른 곳은 뭐 별 볼 곳이 없다.


아무튼 이렇게 시장을 나와서 마시고 싶었던 커피까지 테이크아웃해서는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보니 여기가 동강 근처라 운치있는 곳이 많아서 중간에 차를 세워놓고 강가에서 잠시 풍경을 즐겼다.

이제부터는 다시 숙소에서 멍 때리면서 쉬다가 가져간 태블릿으로 인터넷 방송을 보다 보니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밤하늘을 보니 생각보다 구름 사이로 별들이 좀 보이는 것 같아서 세팅해둔 천체망원경을 베란다로 꺼내 놓고 세팅을 했다. 파인더로 밝은 별을 찾다가 천문대에서 구름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한 토성이 보이는 것 같아서 망원경을 그쪽으로 조준했다. 워낙 작은 사이즈이긴 해도 토성이 어제보다는 잘 보인다.





천체망원경이 초보자용이라 휴대폰을 거치는 가능하나 뭐 정밀하게 맞출 수가 없어서 무용지물에 가깝다. 아쉽지만 손에 들고 망원경으로 잡은 토성을 찍어본다. 실제로 눈으로 보면 토성이 테두리가 구별은 가능하지만 사진상으로는 아쉽지만 그냥 타원 정도로 밖에 안 보인다. 이것도 흔들리는 것을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찍은 사진이다.  





좀 더 확대를 해본다.




이게 최대한 확대한 사진이다. 이게 그냥 사진으로 보면 별 느낌이 없지만 망원경을 통해 내눈에 토성이 보이면 감흥이 남다르다. 이 맛에 별을 보는 거지 ... 목성의 경우에는 희미하지만 줄무늬도 보이고 위성들도 4개 중에 3개 정도는 보인다. 참고로 태양계 행성들은 그나마 형체가 드러나지만 대부분의 별들이 그냥 점이라 배율 높인다고 형체가 보이지는 않는다. 왜냐 ... 별들이 너무 멀리 있어서.

어제 못다 본 별을 좀 더 잘 보고나니 나름 오늘 하루 더 있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8월 24일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밖을 내다보니 생각보다 차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조용하고 평온한 숙소에서 아침을 맞는다.


어제 시장에서 사온 음식과 과일로 아침을 해결하고 짬이나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매월 4, 9, 14, 19, 24, 29 이런 식으로 4와 9가 들어간 날짜에 5일장이 열리는데 마침 하루 더 묵으면서 오늘이 24일이라 장이 서는 날이라 들렀다 가기로 했다. 영월 시내로 들어가는 강변에 장이 서있고, 상인들이 분주하게 팔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다. 생각보다 길게 장이 서 있어서 나름 이것 저것 구경하면서 지나가다가 농산물도 좀 샀다.


강릉, 영월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이렇게 3박 4일 간의 여정을 마치고 집으로 향한다.